도입
일상에는 많은 비율이 숨어있습니다. 건축물, 예술작품, 문화재, 자연뿐만 아니라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A4용지에도 특정한 비례가 숨어있습니다. 이런 비례 덕분에 균형감을 느끼고, 물건의 효율적인 디자인과 쓰임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을 들어봤을 ‘황금비’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금강비’는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비례들입니다.
오늘은 ‘금강비’와 ‘황금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각각의 사례를 통해 그 차이점과 오해를 해소하며 비례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황금비 (Golden Ratio)
황금비는 서양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가장 유명하고 널리 연구된 수학적 비례입니다. 그리스 문자 파이 (Phi, φ)로 표현하며, 그 값은 대략 1.6180339897…입니다. 황금비는 무리수이므로 소수점 아래 숫자가 무한히 반복되지 않는 비순환 소수입니다.
황금비의 수학적 정의는 간단합니다. 어떤 선분을 두 부분으로 나눌 때, 긴 부분과 짧은 부분의 비가 전체 길이와 긴부분의 비와 같아지는 비율을 말합니다.
즉, (전체 길이):(긴 부분) = (긴 부분) : (짧은 부분)이 성립할 때, 이 비율이 황금비입니다. 아래 그림을 살펴보면 황금비의 경우 다음과 같은 비례식이 성립합니다.

황금비의 정확한 비율은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긴부분의 길이를 x, 짧은 부분의 길이를 1이라고 했을 때,

황금비의 비례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x+1):x = x:1 $$
이 비례식에서 내항과 외항의 곱이 서로 같으므로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 x+1 = x^2 \\ x^2-x-1=0 $$
위의 2차 방정식의 해를 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x = \frac{1+\sqrt{5}}{2} 또는 \frac{1-\sqrt{5}}{2} $$
길이는 음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만족하는 해는 약 1.618이 되는 수입니다.
$$ x = \frac{1+\sqrt{5}}{2} \approx 1.6180339887… $$
1 : 1.618의 비를 황금비라고 이야기합니다.
2. 황금비를 찾은 수 있는 곳
황금비가 숨어있는 여러 가지 사례들이 있습니다.
1) 피보나치 수에 숨겨진 황금비
피보나치 수로 분수를 만들어나가면 점점 황금비에 가까워 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 \frac{1}{1} \to \frac{2}{1} \to \frac{3}{2} \to \frac{5}{3} \to \frac{8}{5} \to \frac{13}{8} \to \frac{21}{13} \to \frac{34}{21} \to \frac{55}{34} \to …$$
$$ 1.000 \to 2.000 \to 1.500 \to 1.666 \to 1.600 \to 1.615 \to 1.619 \to 1.617 \to …$$
2) 정오각형
정오각형의 꼭지점을 연결하여 별을 만들면 선분이 황금비로 나뉘게 됩니다.

3) 황금 직사각형(황금 나선)
한 변의 길이가 다른 변의 황금비가 되도록 만든 직사각형입니다. 직사각형을 정사각형 + 작은 황금 직사각형으로 계속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정사각형에 사분원(정사각형의 한 변을 반지름으로 하는 원의 1/4)을 계속 그리면 그 곡선들이 이어져서 자연스럽게 황금 나선이 됩니다.

3. 황금비에 대한 오해
저도 황금비에 대해 공부를 하며서 황금비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오해한 점들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흔히 황금비가 파르테논 신전, 쿠푸왕의 피라미드, 모나리자, 다비드 상, 신용카드 등에 황금비가 숨어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건축물과 예술작품이 아름다워보이는 이유는 황금비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는데요. EBS 다큐프라임 ‘황금비율의 비밀’을 보시면 황금비율과 관련한 오해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1) 피라미드

이집트의 가장 큰 피라미드 가운데 하나인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높이가 무려 126m나 되는 거대한 피라미드입니다. 이 피라미드에 황금비율이 숨어져 있습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높이 126m, 중심에서 가장자리까의 길이 99m, 빗면의 길이는 160.2m입니다. 이 삼각형의 밑변의 길이와 빗면의 길이의 비를 구하면 160.2 : 99 = 1.618 : 1의 황금비율입니다.

그렇다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황금비율을 생각하고 이 피라미드를 제작하였을까요? 대부분의 학자들은 우연에 가깝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 근거로 기원전 2600년 경 세워진 쿠푸왕 피라미드는 당시의 측량술과 기술력으로는 황금비를 생각해 낼 수 없다고 합니다. 피라미드가 지어진 시대는 그리스 시대 유클리드가 황금비에 대해 처음 언급을 한 때보다 2000년 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집트에는 총 70기가 넘는 피라미드가 있는데 그 가운데 황금비를 갖는 건 쿠푸왕의 피라미드 하나뿐이라고 합니다. 만약 황금비를 이용하고자 했다면 다른 피라미드에서도 비슷한 비율을 찾을 수 있었을 겁니다.
쿠푸왕 피라미드 하나의 사례를 일반화해서 고대 이집트인들은 황금비율을 고려해서 피라미드를 설계했다라고 이야기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 생쥐를 잡는 것처럼, 피라미드를 짓다 보니 황금비율을 맞춘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2) 신용카드
신용카드는 심미성을 고려하여 황금비를 갖도록 제작되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신용 카드의 크기를 찾아보면 가로 85.60mm, 세로 53.98mm, 두께 0.76mm로, 국제 표준화기구(ISO)의 규격으로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규격 덕분에 전 세계 어디에서나 신용 카드, 현금 카드, 체크카드, 한국의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까지도 모두 같은 크기와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가로:세로의 비를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85.6 : 53.98 = 1.58 : 1 $$
황금비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황금비를 정확히 따르는 규격은 아닙니다.
3) 파르테논 신전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도 흔히 황금비가 숨어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황금비를 적용하여 제작한 건축물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들이 있지만 어떻게 측정을 해보더라도 황금비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 30.88:13.78 = 2.249:1 $$

$$ 30.88:19.73 = 1.565:1 $$
이러한 건축물과 작품들이 황금비로 만들어져서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작품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강조하기 위해 후대에 황금비를 고려해서 만들었다는 식의 주장을 억지로 끼워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앵무조개
앵무조개가 피보나치 수와 관련이 있어서 앵무조개에도 황금비가 숨어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앵무조개를 들여다보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앵무조개는 한 번 돌 때마다 크기가 3배씩 커진다고 합니다. 처음이 1, 3, 9, 27.. 이렇게 커지지만 황금비율을 갖기 위해서는 피보나치수열을 따라 커져야 합니다. 1, 2, 3, 5, 8, 13, 21… 이렇게요. 이는 진짜 앵무조개와 전혀 다른 비율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비너스상, 다비드 상, 모나리자 같은 경우에도 실제와는 다르게 황금비가 아니라고 합니다. 아름다움을 설명하기 위해 황금비라는 신비로움을 덧붙이다 보니 왜곡된 듯합니다.
4. 금강비
금강비는 서양의 황금비와 대비되어 사용되곤 하는 한국 건축이나 예술에서 언급되는 미학적 비례 중 하나입니다. ‘금강비’란 이름은 금강산처럼 아름다운 비례라는 뜻에서 유래가 되었다고도 하고, 금강의 다른 의미가 다이아몬드인데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다운 비례라는 설도 있습니다.
금강비는
$$ 1: \sqrt{2} = 1: 1.414 $$
의 비율을 말합니다.
정사각형의 한 변과 그 대각선의 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찾을 수 있는 비이기도 합니다.

5. 금강비 사례
1) 국제표준용지
이 비율은 A4용지와 같은 국제 표준 용지의 가로와 세로 비율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A4용지의 크기가 왜 200mmX300mm처럼 딱 떨어지는 수가 아니라 210mm X 297mm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A4용지의 가로:세로의 비율을 계산해 보면 1 : 1.41428… 이란걸 알 수 있습니다. 금강비로 가로:세로를 제작하면 종이를 반으로 접어도 원래와 같은 비율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금강비를 활용하여 종이를 제작하면 불필요하게 잘라내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종이의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합니다.

2) 우리나라 문화유산(석굴암, 경복궁 근정전, 부석사 무량수전 등)
금강비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유산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경주에 있는 석굴암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석굴암 본존불상은 얼굴:가슴:어깨:무릎의 비가 1:2:3:4라고 합니다. 석굴암을 제작할 당시에 비례를 고려하여 석굴암을 제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경우에도 지붕의 길이와 높이사이에 금강비가 숨어있습니다.

이 외에도 경복궁 근정전의 가로와 세로 길이를 재어보면 금강비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정리
황금비일 때 가장 아름답다고들 흔히 이야기하지만 황금비여야만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느끼는 심미적인 아름다움은 개인, 사회,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금강비와 황금비 가운데 어느 비가 더 우월하다거나 절대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비례들이 존재하고 거기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더해져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거라는 생각이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