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수를 찾아서: 수의 끝은 어디일까? – 만에서 구골까지[큰 수 시리즈1]

수학의 세계에서 숫자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1, 10, 100 같은 작은 수부터, 우주의 별 개수나 해변의 모래알 개수처럼 상상하기조차 힘든 큰 수까지 존재합니다. 큰 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부르는 것은 수의 체계를 파악하는 첫걸음입니다.

오늘은 만에서 구골 플렉스라는 큰 수를 부르는 이름과 이를 효율적으로 나타내는 방법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큰 수를 부르는 두 가지 약속: 1,000과 10,000

큰 수를 부를 때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방식을 사용하는 것 같지만, 사실 동양과 서양은 숫자를 묶는 단위가 다릅니다.

1) 서양권의 숫자 표기법

서양(영어권)에서는 ‘세 자리(1,000 단위)’마다 이름이 바뀝니다.

1,000(Thousand)을 기준으로 1,000배가 될 때마다 Million(백만), Billion(십억), Trillion(조)으로 이름이 변합니다. 우리가 숫자를 쓸 때 세 자리마다 쉼표(,)를 찍는 이유도 이 서양식 표기법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234,567,890이라는 숫자를 영어로 읽으면 “1 billion, 234 million, 567 thousand, 890″이 됩니다. 쉼표가 구분 기준이 되는 것이죠.

서양의 수체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명칭 (Name)지수 표기 (10^n)숫자로 나타내기 (0의 개수)
Thousand(천)$$10^{3}$$1 뒤에 0이 3개
Million(백만)$$10^{6}$$1 뒤에 0이 6개
Billion(십억)$$10^{9}$$1 뒤에 0이 9개
Trillion (조)$$10^{12}$$1 뒤에 0이 12개
Quadrillion$$10^{15}$$1 뒤에 0이 15개
Quintillion$$10^{18}$$1 뒤에 0이 18개
Sextillion$$10^{21}$$1 뒤에 0이 21개
Septillion$$10^{24}$$1 뒤에 0이 24개
Octillion$$10^{27}$$1 뒤에 0이 27개
Nonillion$$10^{30}$$1 뒤에 0이 30개
Decillion$$10^{33}$$1 뒤에 0이 33개

이름이 붙는 규칙

이 이름들을 자세히 보면 앞부분에 라틴어 숫자가 숨어 있습니다. 1,000,000(Million)을 기준으로 1,000배씩 커질 때마다 다음 접두사가 붙습니다.

  1. Bi-llion: ‘2’를 뜻하는 Bi (Million의 1,000배)
  2. Tri-llion: ‘3’을 뜻하는 Tri
  3. Quad-rillion: ‘4’를 뜻하는 Quad
  4. Quint-illion: ‘5’를 뜻하는 Quint
  5. Sext-illion: ‘6’을 뜻하는 Sext
  6. Sept-illion: ‘7’을 뜻하는 Sept
  7. Oct-illion: ‘8’을 뜻하는 Oct
  8. Non-illion: ‘9’를 뜻하는 Non
  9. Dec-illion: ’10’을 뜻하는 Dec

2) 동양권의 숫자 표기법

반면, 한국을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전통적으로 ‘네 자리(10,000 단위)’마다 이름이 바뀝니다.

만(10^4)을 기준으로 만 배가 될 때마다 억(10^8), 조(10^12), 경(10^16)으로 이름이 변합니다.

따라서 한국어로 숫자를 읽을 때는 뒤에서부터 네 자리씩 끊어서 읽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합니다.

같은 숫자 1,234,567,890을 한국어로 읽으면 “12억 3,456만 7,890″이 됩니다.

네 자리씩 묶어서 읽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죠?

우리가 흔히 쓰는 ‘억’이나 ‘조’보다 훨씬 더 큰 수들도 이름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 이름들은 대부분 고대 인도나 불교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네 칸씩(0이 4개씩)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이름이 붙습니다.

이름 (한자)지수 표기 (10^n)0의 개수비고 및 의미
만 (萬)$$10^4$$4개일상적인 큰 수의 시작
억 (億)$$10^8$$8개만의 만 배
조 (兆)$$10^{12}$$12개억의 만 배
경 (京)$$10^{16}$$16개조의 만 배
해 (垓)$$10^{20}$$20개경의 만 배
자 (秭)$$10^{24}$$24개해의 만 배
양 (穰)$$10^{28}$$28개자의 만 배
구 (溝)$$10^{32}$$32개양의 만 배
간 (澗)$$10^{36}$$36개구의 만 배
정 (正)$$10^{40}$$40개간의 만 배
재 (載)$$10^{44}$$44개정의 만 배
극 (極)$$10^{48}$$48개재의 만 배, ‘끝’을 의미함
항하사 (恒河沙)$$10^{52}$$52개갠지스강의 모래알 수
아승기 (阿僧祇)$$10^{56}$$56개셀 수 없을 만큼 긴 시간
나유타 (那由他)$$10^{60}$$60개매우 큰 수
불가사의 (不可思議)$$10^{64}$$64개말로 표현하거나 생각할 수 없음
무량대수 (無量大數)$$10^{68}$$68개헤아릴 수 없이 큰 수

2. 우리 조상들이 불렀던 큰 수: 순우리말 이름

한자어 이름 외에도 숫자를 나타내는 아름다운 순우리말이 존재합니다. 지금은 자주 쓰이지 않지만, 우리 고유의 수 체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 100 (百)
  • 즈믄: 1,000 (千)
  • : 10,000 (萬)
  • : 100,000,000 (億)

과거에는 ‘즈믄 해의 약속’처럼 1,000년을 나타낼 때 ‘즈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골’은 아주 많은 수나 가득 찬 상태를 비유할 때 쓰이기도 했는데, “골골이 가득하다”라는 표현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3. ‘경(京)’은 얼마나 큰 숫자일까?

‘1경’이라는 숫자는 1 뒤에 0이 16개나 붙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단순히 ‘조의 만 배’라고 하면 그 크기가 실감 나지 않습니다. 시간과 돈, 그리고 우리 주변의 것들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시간으로 보는 비유

만약 우리가 ‘1초’를 숫자 ‘1’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 100만 초 = 약 11일입니다. 방학 기간 정도의 시간이죠.
  • 1억 초 = 약 3년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을 마치는 시간입니다.
  • 1조 초 = 약 31,700년입니다. 인류가 동굴 벽화를 그리던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입니다.
  • 1경 초 = 무려 3억 1,700만 년입니다!

1경 초는 공룡이 등장하기 훨씬 전, 지구에 거대한 숲과 곤충들이 번성하던 고생대 석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엄청난 시간입니다. 티라노사우르스가 살았던 때보다도 2억 년이나 더 옛날이죠!

돈으로 보는 비유

현재 전 세계 인구는 약 80억 명입니다. 만약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여러분에게 각각 100만 원씩을 준다면, 여러분이 가지게 되는 돈은 8,000조 원이 됩니다. 여기서 2000조를 더 모아야만 비로소 1경 원에 도달합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만 원짜리 지폐를 1경 원어치 쌓으면 그 높이가 달까지 왕복 500번을 할 수 있는 거리가 됩니다!

쌀알로 보는 비유

체스판에 쌀알을 올려놓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 칸에 1알, 두 번째 칸에 2알, 세 번째 칸에 4알… 이렇게 두 배씩 늘려가면 64번째 칸에는 어마어마한 쌀알이 놓이게 됩니다. 그 총합이 약 1,844경 알 정도입니다. 이는 전 세계 1년 쌀 생산량의 1,000배가 넘는 양입니다!

4. 큰 수를 나타내는 효율적인 방법

큰 수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1뒤에 0을 계속 써주기만하면 됩니다. 하지만 수가 무량대수를 넘어 더 커지면 0을 일일이 쓰는 것이 불편해집니다. 또, 한눈에 0의 개수가 들어오지 않아 숫자를 비교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때 수학자들은 ‘거듭제곱(지수)’을 사용하여 숫자를 간단하게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100은 10 × 10이므로 10²이라고 씁니다. 10,000은 10⁴입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경’은 10¹⁶, ‘무량대수’는 10⁶⁸로 아주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마치 긴 주소를 짧은 우편번호로 바꾸는 것처럼, 지수 표기법은 엄청나게 긴 숫자를 간결하게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5. 9살 소년의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한 수

사실 큰 수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 뒤에 0을 붙이면 10배씩 수가 커지게 됩니다.

1뒤에 0을 계속 붙여나가다가 100개가 되는 수도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에 이름을 붙여주면 수가 되는 것이지요. 1뒤에 0이 100개가 있는 수의 이름은 9살 소년의 상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938년 미국의 수학자 에드워드 카스너(Edward Kasner)는 당시 아주 큰 숫자에 붙일 마땅한 이름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산책을 하던 중 9살짜리 조카인 밀턴 시로타(Milton Sirota)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1 뒤에 0이 100개나 붙은 아주 큰 숫자가 있다면, 이름을 뭐라고 지으면 좋을까?”

그러자 어린 밀턴은 망설임 없이 “구골(Googol)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무런 뜻도 없는 외계어 같은 단어였지만, 카스너는 이 단어가 매우 독창적이고 재미있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수학 저서인 《수학과 상상력(Mathematics and the Imagination)》에 정식으로 소개하게 되며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구골은 기호로

$$10^{100}$$

이라고 씁니다. 1 뒤에 0이 100개 붙는 이 숫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관측 가능한 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개수가 약 1080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구골은 이보다 무려 100조의 100만 배나 더 큰 숫자입니다.

참고로 유명한 검색 엔진 ‘Google’의 이름이 이 ‘구골’에서 유래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밀턴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큰 수인 ‘구골플렉스’의 이름도 지었습니다. 그는 “지치기 전까지 계속 0을 쓰는 숫자”라고 정의했는데, 실제로는 10{googol}을 의미합니다.

$$ 10^{10^{100}} $$

‘구골플렉스(Googolplex)’는 1 뒤에 0을 구골 개(10100)만큼 붙인 수입니다. 이 숫자를 종이에 다 적으려면 전 우주를 종이로 채워도 모자랄 정도라고 합니다. 만약 원자 하나를 숫자 하나 크기로 적는다고 해도, 우주 전체를 다 써도 이 숫자를 다 적을 수 없습니다!

6. 마치며

큰 수는 단순히 계산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시험하는 장치와 같습니다.

숫자의 끝이 없다는 사실은 우리가 탐구해야 할 수학의 세계 역시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 배운 큰 수의 이름들을 기억하며, 언젠가 여러분이 ‘경’ 단위의 숫자를 만나게 된다면 그 어마어마한 크기를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수학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신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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